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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짠물이 좋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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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짠물이 좋다.
인천에 산다고 하면 짠물이라고 놀리는 이들이 있다. 어려서부터 하도 들었던 터라 이제는 짠물예찬론까지 들먹여가며 반박 할 정도로 오히려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인천서 낳고 자라고, 지금도 살고 있는 나는 토박이 짠물임에 틀림없다. 정작 짠물이라는 의미에 의문점을 가지게 된 것은 군대 갔던 오빠가 인천짠물이라고 동료들에게 구박받던 상황을 휴가 와서 들려주던 여고시절 부터였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항구도시는 수없이 많은데 왜 유독 인천사람만 짠물이라고 하는 것일까? 그 시절 어른들은 “인천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하니까 서울깍쟁이 들이 그렇게 부른 거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셨다. 어쩌면 옹색하던 그 시절에 남들이야 비하하는 속내로 그렇게 부르건 말건 개성에서 남하하신 우리부모님은 짠물 정신을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 아마도 억척스런 개성사람들의 생활력이 인천사람들의 성향과 비슷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난히 이북에서 내려온 피난민이 많은 인천에 대표적인 동네로 독쟁이가 있다. 그들의 억척스러운 생활이 어쩌면 짜다와 인색하다는 이미지와 맞물려 타 도시 사람에겐 짠물로 인식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훗날, 염전이 많고 좋은 소금의 생산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염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많아 그들을 지칭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릴 적 나도 염전에서 많이 놀았다. 동네 친구들 중에는 염전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가진 친구가 서넛 있어서 학교만 끝나면 염전으로 가서 놀았다. 잘게 조각낸 깨진 항아리를 깔아놓은 것 같은 바닥과 소금물의 매끄러움이 좋아 맨발로 염전을 텀벙거리다가 어른들에게 들켜 혼이 나기도 하고 소금창고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다 온몸에 소금 부스러기를 하얗게 묻혀 들어와 엄마에게 꾸지람 듣는 건 예사였다. 그러나 그때의 내 눈엔, 염전의 물래방아를 타고 힘차게 돌리던 친구 아버지가 어린마음에도 왜 그렇게 멋져 보였는지..
AI가 곧 닥치는 미래가 될 지금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바뀌지만 어릴 적 그 장면은 언제나 그 시간과 공간에 머물러 있기에, 언제든 추억에서 불러내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내가 살던 동네는 지금의 신흥동에 위치한 제일제당1공장 근처였는데 그 시절엔 그곳에 지금의 소래포구와 비슷한 포구가 있어 작은 어선들이 드나들었다. 물 빠진 갯벌을 쫓아나가면 낙섬이 있는데 맛살, 삐뚜리 조개와 소라를 바구니 가득 잡아올 수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가 그 낙섬을 간척해서 메운 자리에 세운 곳이다. 당시 용현동 인하대 후문 근처에서 태어난 내가 지금은 용현5동에서 살고 있으니 토박이 인천사랑이 깊고 그윽한 건 당연할 터, 지방으로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월곳 입구 표지판만 보여도 그때부터 안도감에 집 현관을 들어서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인구 백만이 안될 때 인천사람들은 어느 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지도 알고 이름만 들어도 뉘집 자식인지 안다는 소리들을 곧잘 하곤 했다. 시내 중심 문화가 신포동 주변으로 제한되어 있어 지나치며 만나는 얼굴들이 거의 아는 얼굴들이었음도 물론이다. 지금 삼백만 가까운 인구가 되고 송도국제신도시가 인천의 강남으로 부상되면서 외지에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다보니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토박이 인천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인천대교는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고, 저녁 무렵 일몰은 슬프도록 찬란한 낙조를 연출해서 ‘낙조대가 따로 있나 이곳이지...’ 하고 실감나게 해준다. 노을이 좋아지면 그게 나이 들어가는 징후라는데....
그러나 바다를 메워 형성된 동네라 초록빛은 귀한 동네다. 나무그늘을 찾아 쉬고 싶을 때 갈 곳이 없다. 경인 방송국 앞으로 환경공단 앞쪽에 조성된 생태공원이 잘 꾸며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기서 도보로 가기엔 도로조건이 별로 좋지 않아 사람이 별로 없어 쓸쓸하다. 옹진군청 옆으로 방대한 크기의 땅이 철판에 가려진채로 잠자고 있다. 동양화학 소유의 개인사유지라 문제가 많은 점은 잘 알고 있다. 영국에 갔을 때 도로를 양쪽으로 갈라 중앙에 만들어 놓은 공원 잔디에서 거의 반라로 일광욕을 즐기던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생각이 난다. 내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그곳이 녹지 공간이 되어 사람들이 나무 그늘아래 쉬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인천의 관문인 동인천역사도 빨리 진척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인천은 인천의 얼굴인데 왜 저렇게 오래 방치할까 볼 때마다 안타깝다. 인천에 처음 오는 지인에게 급행타고 동인천역에 내려서 만나자고 했는데, 지인의 말인즉 인천이 광역시 맞느냐고 해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인천 사랑의 길에 무슨 특별함이 있겠는가? 단순무식한 일편단심 사랑만 있을 뿐이다. 지금도 마음은 내가 인천 토종 짠물이라는 것, 그리고 요즘은 별로 짠물 소리를 안 하지만 혹여나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할 것이다. 짠물이 맹물보다 낫지 않냐고...
사람 좋아서 맹물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슬며시 묻고 싶다.
"너! 별명 바꿔보지 않을래? 짠물로?" 하면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여전히 짠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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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7 개
오미례(61)
2021-02-18
인천 짠물 소리
참 오랫만에 듣습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외인들이 많이 들어와
섞여살다보니 본토박이 개념이나 사람들이
무의미해진 상황이 되다보니
오히려 인천 짠물 소리가 희석된 걸
기뻐해야하나 아쉬워해야하나 할 판이지만
정말 옛날에는 인천 짠물 소리가
무슨 죄인이나 된듯 한 때가 분명 있었지요
유 영옥 선배님
오랫만에 접해보는 수필형식의 산문
반갑습니다
공 정자 선배님의 시와 더불어
많은 시와 수필등으로 교류가 더욱 왕성해지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자주 방문 부탁드립니다
유 영옥 선배님^^♡
홍정일(49)
2021-02-19
이곳에서 뵈오니 반갑습니다.
홈에 입성하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아침 눈을 뜨며 폰을 열어 후배님의 글을 보니 옛추억 들이 주마등같이 스쳐 지나 갑니다.
제가 중구 연안부두 라이프아파트에 살았거든요.
그래서 용현동 일대를 잘 알고 있기에 ~
저도 동인천역사가 늘 안타까웠답니다.
저도 중구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후배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자주 올려 주시고
클로버쉼터에도 올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 나날 되세요^^
유영옥(57)
2021-02-20
홍선배님과 오후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홈피를 단단하게 이끌어 주시는
두분의 열정이
홈피에 들어올 때 마다
늘 기억되는 이름이었습니다.....
정영숙(50)
2021-02-20
~인천 짠물~
오랫만에 듣게 되니 참 반갑네요
우리가 어릴때는 인천에 염전이 많았지요
글을 읽으며 어릴때 개건너 염전 저수지에 서 해수욕 갔던것 염전 뚝방길을 걸으며 놀던 어릴쩍 추억이 떠올라 그때가 그리워 지고 그 염전 뚝방길을 걸어 보고 싶어지네요
어릴적 아름다운 추억을 꺼내볼수 있는 글
에 감사를 전합니다
이철희(50)
2021-02-22
인천 짠물이 좋다
눈에 번쩍뜨여 읽어보며
이렇게 좋은글을 쓰는분이
이제야 왜 홈에 들어오셨나
생각도 해보며 그속에 빠져들었어요
우리아버지도 장단에서 태어나셔
개성에서 학교다니시고
서울에서 사범학교 나오셔 교편잡으시다
해방전 뜻맞는 몇분이 농촌으로 내려오신곳이
인천만수동이지만 해방후 학교로 돌아가시지않고
인천 짠물로 우리도 살게되었지요
후배님 글속 동인천역 저도
마주할때마다 같은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다시천천히 읽으며 후배님 다음글
기다리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숙(56)
2021-02-26
반갑습니다
지금은 거의 염전은 없어졌지만
소금밭의 기억이
아마 짠물 이라는
이름을 남게 했나 봅니다
그래요 현재는 눈부신 도시 발전에 비하면
동인천은 점점 죽어 갑니다
안타깝지요 ~~~
오늘이 정월대보름날 이네요
항강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또 뵈요^*^
유영옥(57)
2021-03-06
따듯한 댓글로 응원해 주셨네요.
울 언니도 저보다 5년 선배 동문입니다.
80년도에 카나다로 이민가서
그 빈자리가 늘 쓸쓸했는데
마치 언니 글을 보는듯 마음이 따둣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