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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 작성자 : 심현녀(56)
  • 작성일 : 2023-10-24
  • 조회 : 75
  • 첨부파일 :

                                   기다림

 

10월의 첫날이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새털구름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서 멀어져간 天高馬肥의 계절이 다시 오려는가. 

가슴속에 숨어있던 기운이 솟아난다

실비단 하늘 여기저기 떠 있는 구름나라 하늘나라...’ 

오늘 같은 날은 누구나 시인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긴긴 여름의 끝자락이 

가을을 잠식하며 9월 내내 머물러 있었다

언제 가을이 오려나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야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것 같다.

 

오늘은 호만천을 지나 약대울까지 쏟아지는 햇빛을 맞으며 걸었다

아직 녹음이 짙게 남아있는 산과 들에는 여기저기 가을꽃들이 나를 반긴다

이름도 다양한 외래종 화려한 꽃들도 오늘은 친근하게 다가온다

호만천 오리 가족은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송사리 떼를 찾고 있다

작년에 새로 조성한 늘을중앙공원 분수대도 

하얀 물줄기를 뿜어내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아이들은 분수대 주변을 뛰어 다니며 신나 한다

산책하는 사람들은 한결 여유롭고 즐거운 모습이다

가을 바라기 끝에서 온 동네가 마냥 행복해한다

10월에 열리는 마을 축제, 걷기대회, 체육대회도 곧 시작될 것이다

지난 여름의 폭염과 태풍, 장마 등 마음 졸였던 시간과 그 아픔은 

모두 잊어버렸나 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지구촌, 올해의 폭염은 그 시작에 불과하단다

내년에는 어떤 기후가 펼쳐질지 두렵기까지 하다

우주에서 바라본 파랗게 빛나는 지구

그 아름다운 별이 점점 붉은색으로 변하는 사진을 보았을 때 얼마나 가슴이 답답했는지

우리가 가꾸어야 할 현재와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전쟁과 기근, 천재지변 등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촌의 현실 앞에 조용히 기도해 본다

아마도 그 주인 조물주께서 이 우주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시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두운 하늘에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번쩍하는 모습을 보고

‘Beautiful~!’ 하고 나에게 속삭였던 5살짜리 푸른눈의 소년을 잊을 수가 없다

청명한 하늘 천천히 날아가는 헬리콥터의 엔진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파일럿의 꿈을 키웠던 그 꼬마소년은 지금 무엇이 되어있을까

우주의 질서를 지키고 그 오묘한 진리에 감탄하며 순응할 때 지구촌의 무너진 생태계도 회복되리라.

 

다음 주는 천마산 계곡으로 산책코스를 잡아야겠다

지난 주에는 초가을 꽃 물봉선이 활짝 피었었는데 지금은 그 줄기마다 씨방이 다닥다닥 맺혀 있겠지

톡톡 건드리면서 그 짜릿한 상쾌함을 느껴보자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그 옛날 가을하늘도 다시 한번 그려보자

이 물봉선 씨가 머얼리 퍼져나가 저 위 계곡까지 예쁘게 물들일 그날을 기다리며...

 

2023101

댓글달기

총 댓글 1

  • 홍정일(49)

    2023-10-24

  • 심현녀 후배님!

    반가운 글 잘 올려 주셨어요.
    올려주신글을 읽으면서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그 무덥던 여름. 폭우 폭염에 시달리던 그때가 잊혀지기도 전에
    나라와 나라간에 전쟁으로 온세상이 어수선한데 세월은 아무말 없이
    흘러가 10월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네요.
    언제나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사는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지
    그런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기만 합니다.

    후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또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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