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살아있는걸요.Ⅰ

김정수

나, 지금 살아있는걸요.
모두를 사랑하고 있는걸요.
어제, 수국나무가 죽은 것 같다는 말에
한 없이 쳐다보며 울컥 했었어요.
꽃눈이 몽글몽글 맺혀있는 자두나무,
글렁, 맺힌 눈으로 말을 걸어 보았지요.


나! 지금 살아있는걸요.

예전에, 우리 애 도시락으로
여섯 가지 반찬을 만들어 주었지요.
지금, 애들 꿈을 꾸죠.
그 꿈속에선 맛있는
소고기 경단이 들어있어요.
그 때, 눈을 뜨면
아쉬워, 아쉬워... 그냥 눈을 감죠.


함박눈이 오네요.
소복, 소복.... 함빡,
저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어요.
아쉬움이, 사랑이래요.


온 들녘이 함박눈꽃으로 덮여 있어요.
두 눈동자엔 사랑의 눈꽃이 피어나네요.
나! 지금 살아있는걸요.

살아있는걸요.Ⅱ

까만 밤, 앞마당을 서성이면
어느 샌가
달빛 어린 오솔길을 그냥 걷고 있어요.

저어-쪽,
노란 불 빛으로 물들여진 창 너머에,
당신이 보이네요.
사진첩을 뒤적이며
마냥 대화하고 웃고 있는 당신...

그러면 당신이고 싶어요.
그냥 당신이고 싶어요.

꽃 사과열매가 흩날리던 날.
떨어지는 붉은 열매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얼굴,
조그마한 그 얼굴들을
그 때, 당신이 보고 있었거든요.

눈물 맺힌 눈을 가만 감아 보아요.
보고 싶은 것을,
그 때, 볼 수 있는걸요.

저, 당신이고 싶어요.
저 사랑이고 싶어요.

조용히 눈 감으면 보이는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 이야기 할래요.

그러면,
저 당신인거죠?
그러면,
저 사랑인거죠?
그러면,
저 살아있는거죠?